많은 사람들은 대한민국에 커피가 처음 소개된 것은
아마 아관파천 기간인 1896년에 고종이 러시아 공사관에서 처음 커피를 맛본 내용 으로 알고 있다.
(아관파천은 1896년 2월에서 1897년 2월 기간 고종이 러시아 공사관으로 거처를 옮긴 사건을 이야기 하는데
이때 친일 내각이 해체되고 친러 내각이 수립되는 등 많은 일들이 일어났다.)
하지만 아관파천과 관련된 커피의 스토리는 어디에서도 찾아 볼 수 없는 일종의 날조로서
1886년 당시 조선의 관료였던 윤치호가 중국 상하이에서 쓴 일기에
'돌아오는 길에 가배관에 가서 두 잔 마시고 서원으로 돌아오다' 라고 적혀 있는 걸 보면
고종이 최초로 커피 맛을 본 조선인 같은 것은 아니고
1884년 3월 27일 자 '한성순보(1883년 창간)'에 커피를 언급한 내용이 있고
('이탈리아 정부는 시험 삼아 차와 가배를 시칠리아 섬에 심었다'는 내용)
초대 주한 영국영사를 지냈던 윌리엄 칼스의 저서(Life in Corea, 1888년 출간)에도
'1884년 5월 조선에 부임하면서 숙박 시설이 없어 조선 세관 책임자인 묄렌도르프 집에서 묵었는데
뜨거운 커피가 제공되 고마웠다' 는 내용이 나오는 것을 보면
1880년대 커피는 이미 조선에서 서양 근대화의 상징이었고 새로운 문화를 주도하는 하나의 콘텐츠 였고
당연히 고종은 아관파천 전에 이미 커피를 접해서 즐겼을 것으로 추정된다.
당시 이 커피는 '서양의 검고 쓴 맛이 나는 한약 탕국'이라는 뜻에서 '양탕국(洋汤)'으로 불렸고, 가배차/가비차 이렇게도 불렸는데 이는 중국어 咖啡(KaFei, 한국식 독음은 가배)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1902년에는 서울 정동의 이화여고 자리에 설립되었던 손탁호텔 1층의 정동구락부에
한국 최초의 대중 커피숍이 오픈하였으나 너무 비싼 가격에 소수의 사람들만이 즐길 수 있었으나
입소문을 타고 하나의 유행처럼 번져 나갔고,
이런 인기에 힘입어 동아 일보에서는 1920년~1930년대에 '카피(커피)의 효력'이나
'카피(커피)차 끓이는 법' 등의 커피 관련 기사를 내기도 했었다.
1945년 일제 강점기를 벗어났으나 혼란한 시기라 커피 문화의 발달은 쉽지 않았고
1950년 바로 한국전쟁이 발발하면서 한국에 들어온
미군의 군용 야전식량 'C레이션'에 포함된 '인스턴트 커피'가 소개되었고
이 인스턴트 커피는 당시 명동 일대에서 성황리에 운영되었던
'마돈나', '모나리자', '플라워' 등에서 인기를 끌었다.
1960년대 커피는 경제 개발의 과정에서 외화 낭비의 주범으로 몰렸지만
오히려 청년 층으로 확산되었고 정부는 외화 반출 통제, 세수 확보 등 목적으로
한국 국적의 커피 업체 설립을 인가하게 되는데
이렇게 하여 1968년 5월 동서커피가 인천 부평에서 설립되었다.
(그리고 이 동서커피가 한국 업체 최초로 인스턴트 커피를 개발하고
심지어 1976년 12월 세계 최초로 커피믹스를 개발한다)
- 참고로 동서커피는 Kraft Foods와 (주)동서가 50%/50% 지분으로 설립한 JV
1970년대에는 음악 전문 다방이 유행하며 비싼 커피의 소비처가 되었으나
1980년대 들어 상대적으로 저렴한 자판기 커피가 본격 도입되면서
동서식품과 네슬레 인스턴트 커피 제품이 경쟁을 크게 하였고
이 과정에서 점점 더 커피의 대중 접점이 넓어지며 수요가 확대되었다.
그러다 1990년대 들어
1990년 1월 대상(과거 업체명 미원)이 '나이스데이'라는 커피전문점 1호를 내면서
기업형 커피전문점이 활성화 되었고
한편으로는 맥스웰/레쓰비/네스카페 등이 캔커피 시장을 확대하였다.
하지만...
1999년 커피 역사의 한 획을 긋는 사건이 일어났으니...
바로 1999년 7월 이화여대 근처에 스타벅스 1호점이 오픈한 것이다.
이 스타벅스의 출현으로 현재의 대한민국 사람 대다수가 아메리카노를 마시게 되거나
마시지는 않더라도 인지는 하는 상황으로 발전하여 현재에 이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