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前 아래와 같이 "레고랜드 부도와 금융시장 경색" 이라는 글을 올렸는데,
http://trmcap.blogspot.com/2022/10/blog-post_19.html
이번 11월 3일에는
흥국생명이 신종자본 증권의 콜옵션 행사를 안하기로 했다는 뉴스가 나왔다.
맙소사...
신뢰가 생명인 금융시장에서 신종자본증권의 콜옵션을 행사하지 않는 것은
투자자들에 대한 배신과 같은 것인데...
과연 신종자본증권은 무엇이고 왜??? 흥국생명은 이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하게 되었고
그리고 나서 왜??? 발행 시 약속했던 콜옵션을 행사하지 않은 것일까?
보험사들은 고객들이 내는 보험료를 받아 운용해 수익을 내다가,
만기가 되거나 사고가 생기면 보험금으로 지급한다.
보험사는 자기 돈이 아니라 수많은 개인이 낸 보험료를 운용하는 것이라,
보험사는 고객이 보험금을 달라고 했을 때 언제든 지급할 수 있게
충분하게 자본을 보유해야 하는데,
이러한 자본이 충분한지를 판단하는 기준으로
금융감독원에서 관리하는 RBC라는 것이 있고
금융감독원에서는 RBC가 200% 밑으로 떨어지면,
보험사의 자본이 부족하다고 생각해서 자본을 늘리라고 요구하고,
150% 밑으로 내려가며 더 강한 조치를 하게 된다.
이와 관련 흥국생명은 21년 9월 말 RBC가 172%까지 떨어져
자본을 늘리라는 요구를 받았고,
2022년 2분기에는 157.9%까지 RBC가 더 떨어지게 되었는데,
이 상황에서 흥국생명은 금융감독원에서 RBC 비율이 낮다고
자본을 늘리라고 하는데 유상증자가 잘 될 것 같지도 않고,
그룹 지원을 받기도 힘들고 기존 주주의 증자를 받기도 힘든 상황에 몰림.
그래서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하게 되었는데,
이 신종자본증권은 만기 30년짜리 증권이라
금융감독원에서도 30년을 빌렸으면 이것은 자본으로 봐도 무방하다고
자본에 포함시켜 줘서 증자를 안 해도 신종자본증권 발행금액만큼
RBC 비율이 올라가게 되는 하이브리드 증권임
http://dic.mk.co.kr/cp/pop/today.php?dic_key=17357
흥국생명은 5억 불의 신종자본증권을 싱가포르에서 외국 투자자들에게 발행했고
이 신종자본증권에는 한 가지 조건이 달려있음.
만기가 30년이지만, 5년이 되면 새로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해서
기존 신종자본증권을 조기상환해야 하고(5년 콜옵션),
5년이 지났는데 상환하지 않으면 그때부터
일종의 패널티 성격의 높은 금리(스텝업)를 내야 함.
흥국생명이 발행한 신종자본증권도 연 4.475%로 발행되었지만,
5년 차에 이 신종자본증권을 조기상환하지 않으면,
신종자본증권의 금리가 4.475%에서 6.7%로 상승하는 조건이 있음
문제는 지금 레고랜드 사태 등으로
시장 금리가 상승했을 뿐 아니라 돈도 말라서
신종자본증권을 구입할 투자자도 잘 없는 상황인 것임.
(강원도에서 정말 큰 일을 해내셨음)
이제 흥국생명은 새로운 신종자본증권을 8%에 발행하겠다고 해도,
살 사람을 찾지 못하는 상황
사실 흥국생명이 돈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지만,
자기 돈으로 5억 불을 갚으면 지금도 RBC가 157%로 아슬아슬한데,
RCB 비율이 더 떨어져서 부실 보험사가 될 수 있는 Risk가 있음
그래서 흥국생명은 조기상환 안 하고
그냥 패널티 이율(스텝업)을 내겠다고 결정
패널티 이율이 6.7%밖에 안되니 훨씬 싸다는 생각할 수 있으니
흥국생명 1개 회사의 판단으로는 합리적인 결정으로 볼 수도 있는데,
문제는 투자자들과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한 다른 회사들
즉 금융시장 전체임
투자자들은 비록 액면 기한은 30년이지만,
5년이 되면 조기 상환을 하니 실제로는 5년짜리라고 생각했는데
흥국생명이 이러한 신용을 깬 것이 됨.
신용이 깨진 흥국생명의 신종자본증권의 가치는 한 번에 15%가 하락하고
다른 보험사들의 신종자본증권 가치도 크게 하락하기 시작함
https://marketinsight.hankyung.com/article/202211047539r
한화생명 10억 달러, KDB 생명보험 2억 달러 등
다른 보험사의 신종자본증권들이 5년 차 조기 상환 시점이 다가오는데,
한화생명 신종자본증권은 흥국생명 조기상환 거부 발표 후
순간적으로 발행 당시 액면가의 70% 수준으로 호가가 떨어졌다고 함
그러니까 한번에 금융시장에 큰 혼란이 온 것임
흥국생명의 이번 의사결정으로 해외투자자들은 한국 기업이 발행하는 채권에 대해
신뢰 이슈를 가지게 되었고 채권 가치 하락이 시작되고 있음
한국투자증권의 외화채 발행이 연기되었고,
하나은행과 신한은행의 호주달러 표시 채권(캥거루본드) 발행도
투자자 모집이 힘들어지는 분위기임
이제 흥국생명이 조기상환을 한다고 다시 의사결정을 바꾸더라도
금융은 신뢰를 바탕으로 움직이는 매커니즘이라
한번 깨진 신뢰가 바로 회복되지 않을 것으로 보임
이렇게 흥국생명 조기 상환 미실행 공시를 전후해서
한국 5년 물 CDS(Credit Default Swap, 부도 발생 시 보상을 받는 옵션)프리미엄이
5년만에 최고치로 올라 갔음
이 것은 외국에서 한국을 그만큼 위험하게 보기 시작했다는 말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