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라면이나 칼국수 같은 면(麵)을 먹을 때면
이 면의 기원과 발전이 우리 문명의 성장과 깊은 연관이 있다는 생각을 한다
그래서 우리가 말하는 면이 언제부터 먹기 시작했는지,
그리고 초기 문화 발달과 어떤 관계가 있었는지 간단히 조사하여 여기에 정리코자 한다
한자 문명 권역에서 면(麵)은 언제부터 먹기 시작했을까?
한자 문명 권역은 황하 문명의 영향을 받았기에 중국 면에 대한 역사를 살펴보자
2005년, 칭하이성 라자호 근처의 고대 유적에서 기원전 2000년경의 국수 화석이 발견되었는데,
이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면의 흔적으로 이 면은 오늘날처럼 밀가루로 만든 것이 아니라,
기장, 조, 수수 등 다양한 곡물로 만들어졌다는 것을 알 수 있었음
위에서 언급된 기원전 2000년은 우리가 상식수준에서 잘 알고 있는 삼황오제 다음에 이어진 하/은/주 왕조 중
하 왕조가 막 시작된 시기이자 후기 신석기 시대에서 청동기 시대로 넘어가는 역사적 전환점이었음
그리고 밀가루로 만든 면이 본격적으로 등장하고 대중화된 것은
우리가 잘 아는 유비, 조조, 손권의 삼국지 시작을 알린 한 왕조(기원전 206년~서기 220년) 무렵부터 인데,
이 때는 약간 수제비 같은 형태였고 긴 형태의 면은 삼국시대(3세기) 위나라에서 처음 나타났고,
송나라(11~12세기)에 이르러서는 지금과 같은 다양한 면 요리가 전면적으로 퍼졌다고 함
이러한 역사를 가지고 있는 면은 휴대성·간편성·생산성 등에서 기존 음식 보다 초기 문명 발달에 유리한 점이 많았는데
그래서 면은 아래와 같은 점에서 단순히 먹기 편한 음식이 아니라,
한자 권역의 초기 문명의 발전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말할 수 있다
휴대성과 저장성
•곡물로 만든 면은 압축·건조가 가능해, 보관과 운반이 매우 편리했음
•농경민, 상인, 군사 등 이동이 잦은 집단에게 큰 이점임
•원나라 시기에는 장기 보관이 가능한 ‘괘면(挂麵)’이 등장해, 오늘날의 소면과 유사한 형태로 발전함
조리의 간편함
•면은 물만 있으면 빠르게 조리할 수 있어, 바쁜 일상이나 이동 중에도 쉽게 식사를 해결할 수 있었음
•이는 농경·유목·군사 활동 등 생산 현장에서 효율적인 에너지 공급원이 되었음
생산성 향상과 사회적 영향
•면은 곡물을 압축·가공해 부피를 줄이고, 조리 시간을 단축시켜 노동력과 시간을 절약할 수 있었음
•이러한 효율성은 농경 사회의 생산성 향상, 인구 증가, 도시화, 교역 확대 등 초기 문명 발전에 긍정적으로 작용했음
•밀과 면의 보급은 군사력 강화, 장거리 이동, 대규모 인구 부양 등 국가적 역량 확장에도 기여했음
참고자료
•Nature: 4,000년 전 중국 국수 화석 발견
•『중국 음식문화사』, 허유영, 사계절
•『중국의 역사』, 조너선 D. 스펜스, 까치
•기타 중국 고고학 및 역사 관련 논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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